1 상제님께서 전주 백운정白雲亭에 잠시 머무르실 때 마침 그 마을 총각이 장가를 들었는데 첫날밤도 치르지 않고 되돌아온지라.
2 그 연유를 들어본즉, 신랑이 신방 밖으로 나오니 중이 송낙을 쓰고 담 밖에 서서 울안을 엿보고 있거늘,
3 다짜고짜 신부에게 "중놈과 정을 통하다가 시집을 오니 망을 보고 있는 것 아니냐?" 하며 소박을 놓고 돌아온 것이더라.
4 상제님께서 이를 들으시고 "신부의 포한을 누가 풀어 주겠느냐?" 하시고,
5 신랑을 불러 이르시기를 "쥐가 하는 소리를 알아듣는 사람도 있거늘 그리 멍청해서 무엇 하겠느냐? 오늘밤에 신부의 집 뒤안으로 가 보아라." 하시거늘,
6 신랑이 가서 보매 담 위에 탐스러운 박이 열렸는데, 떨어질세라 작대기를 받쳐둔 박 위에 잎사귀가 씌워져 있는 모습이 달빛에 비쳐 영락없이 송낙을 쓴 중 같더라.
7 이에 그 부부가 정성스럽게 옷 한 벌을 해 드리며 좀더 머무르시기를 간청하나 신랑의 행동을 보니 마음씀이 옹졸하거늘,
8 말씀하시기를 "왕대 밭에 왕대 나고 시누대 밭에 시누대 나느니라.
9 네놈 근본이 잘아서 굵게 못 쓰니 크게 먹지는 못하겠구나!" 하시고 길을 떠나시니라.
<콘텐츠 출처 - 증산도 도전道典 3편 105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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