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도기 37, 서기 1907)년 늦가을, 상제님께서 농바우에서 천지공사를 행하고 돌아오시는 길이었습니다.
태인 행단에 이르시자 상제님은 차경석 성도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 일은 수부首婦가 들어야 되는 일이니, 네가 내 일을 하려거든 수부를 들여세워라."
이에 차경석 성도가 여쭈었습니다.
"저의 이종 누이를 천거하려 합니다."
며칠 후 차경석 성도는 상제님을 자기 집으로 모셨습니다.
그런데 그는 동학을 추종하다가 집안 재산을 다 날려서, 상제님을 만났을 때에는 집만 클 뿐 살림살이가 매우 어려웠습니다.
그날 상제님을 방으로 모셨지만 황송하게도 깔아드릴 자리조차 없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그는 이종 누님의 방에 가서 돗자리를 가져다가 상제님께 깔아드렸습니다.
상제님이 자리에 앉으시자 경석은 상제님을 위해 정성껏 감주를 지어 올렸습니다.
상제님은 감주 사발을 들고 맛있게 잡수셨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사발이 미끄러져서 감주가 돗자리에 엎질러져 버렸습니다.
경석이 걸레를 가지러 밖으로 나간 사이 상제님께서 갖고 계시던 빨간 손수건으로 흘린 감주를 닦으셨습니다.
그때 손수건에서 물이 빠져 돗자리에 빨갛게 얼룩이 남았습니다.
상제님께서 나가신 뒤, 경석이 돗자리의 얼룩을 지워보려고 걸레로 닦고 또 닦았습니다.
하지만 한 번 진 얼룩은 빠지지 않았습니다.
그는 이종 누이에게 돗자리를 돌려주며 사과했습니다.
그 뒤에 상제님께서 오셔서 다시 물으셨습니다.
"전에 네가 수부를 천거한다 하더니 어찌 되었느냐?"
경석은 이종 누이인 고高 부인에게 갔습니다.
그런데 불쑥 말을 꺼내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둘러대었습니다.
"내일 새벽에 내가 서울로 가는데 도복道服 준비가 안 되어서 그러니 누님이 와서 손을 좀 봐 주십시오."
고부인은 경석을 따라 그의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차경석 성도의 집은 안채와 행랑채가 위아래 두 채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대문을 들어서면 행랑채가 빤히 보였습니다.
고부인이 대문으로 막 들어서려는데 문득 눈 앞이 크게 밝아졌습니다.
눈을 크게 뜨고 보니 환한 달덩이가 행랑채 방문 문지도리에 솟아 있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그 속에 한 선관이 반듯하게 앉아 계시는 것이었습니다.
상제님을 뵌 것입니다.
갑자기 고부인은 까닭을 알 수 없이 가슴이 설레며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방에 들어와 바느질을 하면서도 우울한 심정을 금치 못했습니다.
한편 이 날 차경석 성도가 상제님께 나아가 여쭈었습니다.
"수부의 자격을 보셨습니까?"
"음, 그래. 내가 수부를 가까이에 두고도 몰랐구나."
이어 상제님께서 이렇게 명하셨습니다.
"공사 시간이 촉박하다. 어서 속히 주선하여라."
그 말씀을 듣고 차경석 성도는 고부인에게 갔습니다.
처음에 어떻게 말문을 열어야 할지 몰라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우리 선생님께서 지금 천지공사를 보고 계시는데 그 가운데 수부공사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 수부가 없으므로 못 보고 계시다 하니 누님이 그 수부공사를 맡아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음, 그러냐? 그렇게 하도록 하마."
뜻밖에도 고부인은 흔쾌히 허락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정미(도기 37, 서기 1907)년 동짓달 초사흗날, 상제님께서 수부 도수를 정하여 고부인을 수부로 맞아들이는 예식을 올리셨습니다.
그 때 상제님은 고부인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너를 만나려고 15년 동안 정력을 들였느니라. 이제부터 천지 대업을 네게 맡기노라."
그 후로 상제님께서는 늘 고수부님 등을 어루만지시며 말씀하셨습니다.
"네가 복동福童이로구나. 장차 세상 사람의 두목이 될 터이니 속히 도통할 것이다."
또 김형렬 성도에게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대상大祥이란 상祥 자는 상서롭다는 뜻이니라."
이는 상제님께서 어천하신 후 2년이 지나 상제님 대상 때가 되면 수부님이 도통을 하신다는 말씀입니다.
상제님은 고수부님에게 큰 권능을 주시고 상제님의 도법을 세상에 펼쳐나갈 도문을 처음으로 열게 하셨습니다.
고수부님은 상제님께서 정음정양의 후천 남녀동권 시대를 여시기 위해 내세우신 모든 여성들의 머리이시며, 인간과 신명의 크신 어머니이십니다.
그래서 태모님이라고 부릅니다.
증산 상제님의 도는 원한을 풀어주어 사람을 살리시는 해원 상생의 도입니다.
그래서 선천 세상의 여자의 원한을 풀어주시기 위하여 여성인 수부님을 후계자로 세우신 것입니다.
* 대상大祥 : 죽은 지 2년 후 지내는 제사.
(목차 - 제1편 증산 상제님의 탄강과 생애 / 6. 천지공사 / (13) 태모 고수부님에게 종통宗統을 전하심)
(콘텐츠 출처 - 『증산도 이야기 도전』)
'쉽게 읽는 증산도 도전 > 『증산도 이야기 도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증산도 이야기 도전] (1-6-15) 안내성 성도에게 태을주를 전수하심 (0) | 2020.06.11 |
---|---|
[증산도 이야기 도전] (1-6-14) 맹인을 없애신 공사 (0) | 2020.06.11 |
[증산도 이야기 도전] (1-6-12) 용궁에 가시어 공사 보심 ② (0) | 2020.06.11 |
[증산도 이야기 도전] (1-6-12) 용궁에 가시어 공사 보심 ① (0) | 2020.06.10 |
[증산도 이야기 도전] (1-6-11) 신안神眼이 열린 호연 (0) | 2020.06.10 |
댓글